저는 방탈출에서 스토리와 인테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강남 단편선의 '그림자 없는 상자'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스토리로 단숨에 제 인생테마로 등극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단편선의 팬이 되었습니다.
세 남매와 그림자 없는 상자
주인공은 삼남매 중 첫째입니다. 남매는 막내의 죽음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비극을 겪었습니다. 어린 나이인 동생 시현에게 막내동생의 죽음은 더욱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비극에 대처하는 방법은 모두 각자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초자연적인 물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생의 망상을 견뎌주는 것도 이제 한계입니다. 본인도 사람이기에 힘들고 아파서 지쳐버린 것입니다. 그때 동생 시현이에게서 문자가 옵니다. "미안해 누나. 그런데 내가 맞았어. 결국 시작도, 끝도 누나한테 달렸어." 주인공은 이 허무맹랑한 문자를 받고, 마지막으로 쓴소리를 해주려고 동생 시현이의 집으로 향합니다. 이 테마는 모티브가 되는 특정 소재가 있는데 이미 아는 사람은 아는 유명한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소재를 처음 접해서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초자연적 물체를 다룬 미스테리한 스토리
이 테마는 방탈출에서는 보기 힘든 소재인 초자연적인 물체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테마 제작하실 때에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일부러 난이도를 어렵지 않게 설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조도가 낮은 구간이 존재하며 시놉시스에 나와 있는 것처럼 초자연적인 물체를 다루는 미스터리한 내용 특성상 약간의 으스스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구간이 있습니다. 크게 무서울 정도는 아닙니다. 엄청 큰 방탈출은 아니지만 진행되는 스토리에 맞게 다양한 분위기의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스터리한 스토리와 어울리는 몽환적인 연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공간에 정성을 들인 것이 느껴지는 퀄리티 높은 인테리어였습니다. 이런 스토리 중심의 테마에서 뜬금없는 문제가 나오면 흐름을 깨서 재미가 떨어지는데 '그림자 없는 상자'는 문제도 스토리에 잘 녹아들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테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스토리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스토리에 너무 치중해서 문제가 너무 쉽거나 문제의 개수가 적으면 방탈출의 근본적인 재미가 떨어질 텐데 그 균형을 잘 잡았습니다. 규모가 엄청 크지는 않고 문제 수도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2명이서 플레이하는 것을 가장 추천드립니다. 그 이상의 인원으로 방문하게 되면 오히려 스토리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나눠주는 소책자까지 완벽했던 테마
'그림자 없는 상자'가 론칭되고 먼저 플레이하신 분들의 칭찬 후기들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물론 예약도 엄청 치열했습니다. 겨우 예약에 성공했고 플레이하기 전에 기대를 정말 정말 많이 했습니다. 보통 이렇게 기대를 많이 하고 플레이하면 실망하기 마련인데, 이 테마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60방 정도 방탈출을 했지만 가장 압도적으로 제 취향의 스토리였습니다. 플레이한 지 1년 정도 지났음에도 여전히 인생테마로 꼽는 이유는 테마 자체도 좋았지만 플레이가 끝난 후 나눠주는 소책자의 역할이 컸습니다. 단편선의 세계관과 인물들에 관한 설명, 여러 비하인드가 담겨있습니다. 테마가 끝나고 카페에서 이 소책자를 읽어보며 제작자분들이 이 테마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져서 감탄했습니다. 스토리가 정말 탄탄해서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았고 방탈출에 이런 세계관을 만들어낸 것에 놀랐습니다. 그렇게 저는 단편선의 팬이 되었고, 앞으로 단편선의 모든 테마는 꼭 플레이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이 테마를 플레이한 후 단편선의 두 번째 테마인 '사람들은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가 출시되었습니다. 출시되자마자 해당 테마 역시 플레이하고 왔고 단편선을 향한 사랑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단편선에서 앞으로 테마를 100개 정도는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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